한국 여름이 훨씬 덥고, 아프리카 가나는 '따뜻한' 수준'이라고 말한 이삭.
아니, 네 말이 맞긴 하지만, 근본적인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말야,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하지만, 같은 소리를 절대 하지 않고 '여자의 말'에 동의하는 것. 이것이 마늘이다. 100일간 먹어보도록 하자. 여자들의 말을 끊지 말라고? 그게 그렇게 대단한 문제란 말인가? 그렇다. 그것은 페미니즘 공부의 첫 단추일 뿐 아니라, 한 사람의 '한국 남자'가 보편적 차원에서의 '사람'으로 진화하기 위한 첫걸음이기도 하다. 여자들의 말을 끊는 남자, 상대가 여자라는 이유로 얕잡아 보면서 그 사실을 인지하지도 못하는 남자는 페미니즘을 공부할 수도 없는 것이다.
"임신한 게 대수야? 여기는 노약자석인데. (맘대로 앉으면) 안되지. 그거 뭐 여자들 다 하는 거." 녹음이고 뭐고 일어나서 통로 문을 열었다. 몸이 떨렸다. 다음 칸으로 넘어가기 직전, 내 뒤통수에 대고 그가 한 마디를 더 얹었다. "임신을 했는데 머리는 왜그리 노~래?" 나 같으면 당장 녹음하고 따지고 싸우고 경찰에 신고했을 거예요, 혹자는 말하지만, 아니다. 나는 약자다. 혹시 모를 무력행사 앞에선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게 뻔한 약자다. 어떤 또라이를 상대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아이를 앞세운 채 그런 위험부담은 감수할 수 없다. 누군가 나를 모욕할 맘만 먹으면 나는 그 모욕을 온몸으로 흡수한 채 그 자리를 피해야만 한다. 그것이 나와 내 아이를 지키는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인 길이다. 이게 지금의 내 위치다.